(컬럼) 나를 잃어가는 병, 치매 (1)
치매와 전신마비로 투병 중이던 아내를 살해한 7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김용빈)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황모(70)씨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황씨는 2013년 뇌출혈로 쓰러진 후 치매와 전신마비를 앓던 아내 A씨를 간호하다 지난 1월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황씨는 A씨가 쓰러진 후 요양병원에서 치료를 계속했지만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회의를 느껴 함께 죽기로 마음먹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2015. 06. 19. 조선일보>
중증 치매환자를 오랫동안 집에서 직접 간호하던 배우자나 자녀 등 가족에 의한 살인 및 자살 사건은 노인치매환자의 급증으로 나타나고 있는 심각한 사회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나를 잃어버리는 병 치매는 자신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상당한 부담을 주는 질환으로 아직까지 뚜렷한 치료방법이 개발되지 않은 만성질환이다.
2023년 우리나라 60세 이상 인구는 1360여만명이다. 이 가운데 7.4%, 100만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65세 이상의 연령층에서 10명 가운데 1명이 걸리고 85세 이후에는 4명이 걸린다. 경상남도는 7만여명으로 전국 평균과 같지만 의령군은 1435명으로 60세 이상 인구의 10.6%였다. 관자재병원만 해도 입원환자 수의 30%가 치매를 앓고 있다. 치매환자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22조65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실질) 2243조2200억원의 1%에 이르러 노인치매가 가정의 울타리를 넘어 사회와 국가에도 벅찬 부담을 주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치매는 그 원인에 따라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 혈관성 치매, 신경질환이나 만성질환에 의한 치매, 영양장애와 뇌수종이나 뇌암, 말기 매독 같은 질환과 우울증에 의한 가성치매 등이 있다. 이 가운데 60~70%를 차지하는 것이 알츠하이머형 치매이며 그 다음이 주로 뇌졸중으로 인해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가 20%에 이른다. 두 가지 유형의 치매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환자도 10%나 된다.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주요인은 노화 자체이므로 나이가 많아질수록 걸릴 위험성이 커진다. 이 병의 또 다른 요인은 가족력이다. 부모로부터 받은 유전적 소질의 정도에 따라 중·장년층에서도 발병할 수 있으므로 가족 가운데 이 병을 앓은 경우가 있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알츠하이머형 치매를 완벽하게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선 없다. 그럼에도 특정한 약품이나 건강식품, 건강보조기구 등이 치매의 예방과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과장광고로 노인들을 현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인지기능과 연관되어 증상을 완화시키거나 진행을 둔화시키는 약물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기에 머지않아 완치는 어렵더라도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조절이 가능한 질환은 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혈관성 치매는 뇌혈관질환에 의해 뇌의 손상이 누적되어 나타나는 치매를 말한다. 서서히 진행되는 알치하이머형 치매와 달리 비교적 급격하게 시작되는 혈관성 치매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장병이 있거나 흡연자, 비만한 사람에게 주로 나타나는데 이 중에서도 고혈압이 가장 무서운 위험요소이다. 고혈압에 의한 뇌경색이 반복될 경우 다발성 뇌경색성 치매가 발생하고, 뇌의 작은 혈관 손상이 누적되면 소혈관성 치매에 이른다.
일부 혈관성 치매와 다른 질환으로 생기는 치매는 초기에 발견하면 더 이상의 진행을 막을 수 있고 상당한 회복을 기대할 수도 있다. 뇌졸중으로 인한 혈관성 치매는 뇌수술을 통한 손상부위의 제거로, 알코올 남용, 파킨슨병, 헌팅턴병 등으로 인한 치매는 그 원인질병이 호전되거나 치료되면 증상도 따라서 호전되는 경우도 많다.
<다음호에 계속>